4월


4월이 시작되자마자 꽃이 만개 했고 , 사람들은 그 꽃을 구경하겠다고 강아지며 아이들이며 집에 있는 온갖 작은 것들은 다 들고 나왔다. 쿠니타치시(国立市)의 다이가쿠도오리(大学通り)는 1km가 조금 넘는 6차선 도로 양 옆으로 오래된 벚나무가 줄 지어 있어, 이 즈음이 되면 일본에서는 花雲, 즉 꽃 구름이라고 가히 부를 만한 것들이 두둥실 떠있다. 한주 정도가 지나면 바람이 꽃을 긁어 나무들은 그 간지럼을 이기지 못하고 꽃잎을 모두 털어버릴 것이고 상흔처럼 벌어진 자리에는 어린 잎들이 자라 서서히 진해 질 것이다.

4월이 막 시작 된 날이었나, 그 길을 함께 산책하던 친구는 내내 불길해 하였다. 4월은 자신에게 너무나 우울한 달이라는 것이었고, 여지없이 그 기분을 드러낼 지도 모르니 미리 용서를 구한다고도 말했다. 1947년 4월 3일, 제주도 양민들이 자국의 군경에게 무자비하게 학살을 당했던 것도, 바로 10년전인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에 가던 고등학생들과 선생들이 탄 세월호 배가 침몰할 때 늦은 구조 명령으로 그들을 모두 죽게 한 것도, 그리고 T.S.엘리엇 선생이 무엇을 예감 하였는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것도 모두 4월이었다. 그토록 잔인 했던 주제에 이토록 아름답기 때문에, 4월은 한 친구를 우울에 빠트린다. 나는 그 친구가 어떤 위로를 바란 것이 아니라 용서를 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있다. 그건 4월이 이렇게 둔감한 나에게도 꽃 그늘 아래의 흙속을 이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계절이라는, 믿음이라고 하면 무겁고, 말하자면 농담 같은 것이었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는 자학적인 슬픔 같은 것.

다만, 이 잔인한 달이 온 덕에 바깥에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이들의 갈라지고 메마른 피부가 조금은 녹았기를 바란다. 그리하야 한 걸음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갔기를 바란다.


시가츠 사월

이 계절에 나는 이제 막 태어난 털짐승 처럼 그러니까 아직 양수도 다 마르지 않아 축축하고 끈적이게 칭얼대는 심정으로 비포장도로를 걸어다닌다. 여기 무연고자가 겹겹이 묻혀있을 것인데, 그건 다른 계절에도 변함없을 테지만 이 계절이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다 잊어달라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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