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밀리언 라이브 10thLive Act 4를 갔다오는 겸 해서 누마즈를 갔다온 이야기. 이미 이쪽의 여행기는 다 쓴 게 하나 있습니다만, 좀 더 개인적이고 필요없는 감상을 더 많이 쓰고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더욱 많이 올리려는 백업 목적으로.
그러면, 이 조금 많은 분량의 목차를… 천천히 읽어주시길.
1일차 : 요코하마 > 누마즈
작성일 03.08. ~ 03.10.
라이브 후 누마즈로 이동
라이브가 끝나고 바로 누마즈로 이동하는 길. 액트 4에 대한 자세한 감상은 다음에 시간이 될 때 쓸 생각이지만, 짧게나마라면 밀리언에서 전설이 될 라이브라는 정도로. 라이브가 9시 40분 정도에 끝나 막차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K아레나에서 요코하마 역까지 열심히 달렸습니다.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거리인 걸로 기억하는데, 역까지 도착했을 때 지난 시간이 15분 정도였으니 큰 의미는 없었던 느낌…입니다.
구글 지도에서는 '우에노도쿄라인'을 타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차원 페스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우에노도쿄라인'이 뭔지 모르겠어서 JO선을 타고 일단 아타미까지 이동하고자 했습니다. (역에서 지나가던 할머니께 '우에노도쿄라인'이 뭔지 물어봤는데 그 분도 모르셔서, 일단 아타미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아봤더니 JO선을 타면 된다고. 우에노-도쿄 라인이면 일단 그 쪽으로 이동하는 모든 노선을 말하는 걸까요) JO선을 타고 쭉 가면 되는 걸까~ 했더니, 오후나 역에서 내리는 것 같길래 일단 내리는 쪽으로. 일본의 환승 방식은 첫 여행부터 지금까지도 머리가 아프지만, 이 때는 막차를 놓치면 정말로 어디선가에서 노숙을 해야했기 때문에 조금 화가 났던 느낌입니다. 그런 와중에 CA선을 타야한다고 해서, CA가 대체 뭘까… 하다가 보였던 JT선의 누마즈 행이라는 글귀를 보고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
이대로 쭉 가면 정말로 도착인걸까~ 했지만 아타미 역에서 또 다시 정차. 다들 내리길래 일단은 분당선의 수원행 직행같은 느낌인거려나 하는 생각으로 5분정도 기다렸습니다만 왠지 조금 불안해져서, 새로 열차에 탄 분에게 누마즈로 갈 수 있냐는 질문을 했는데 아니라고 해서 감사를 표하고 바로 내렸습니다. 내리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보게 된 게 이 사진. 최대한 이번 여행은 편의점을 안 가려고 했고 누마즈에서의 식사를 더 많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착하면 누마즈에서 밥을 먹자는 계획을 했습니다만, 5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바로 스이카를 찍고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라이브가 끝나고 급하게 나오느라 이타백 등등 정리하지 못했던 짐을 캐리어에 다시 제대로 넣고 나서, 액트 4의 기억을 정리하고 있으니 누마즈행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이런 열차를 타게 되면 누마즈까지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후지산이라덜지, 바깥 경치를 보면서 이동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데 역시나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밖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세이세키사쿠라가오카와 후추를 갔다올 때에도 느꼈지만, 일본은 도심지와 주택가 사이의 광량 차이가 꽤나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은 아파트보다 빌라나 주택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일까요.
지금 돌아보면 누마즈에서 선샤인의 컨텐츠를 다루는 방식이 꽤나 신사적이라는 느낌. 물론 사방팔방에 아쿠아 캐릭터가 있지만, 진짜로 인증 사진이나 성지순례를 위해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공간에는 그러한 오브젝트를 잘 두지 않습니다. 누마즈 역 또한 그런 공간이어서 판넬이라던지, 환일의 누마즈 표지판같은 것은 길을 오갈 때 눈에 띄지만서도 사진 스팟이 되는 곳에는 나오지 않도록 배치했다는 느낌이네요.
역을 나가야 하니 스이카를 찍었는데 에러가 떠서, 뭘 해야 하나 주변을 조금 둘러보았습니다. 누마즈 역부터는 사용할 수 있는 교통 카드의 범위가 달라져서 도쿄에서부터 스이카를 찍고 여기까지 오면 정산을 따로 해야하는 모양인 것 같아서, 따로 정산을 하고 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마 열차 운행을 주관하는 회사?가 달라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누마즈랑 관련된 거면 시골 ㅋㅋ 하면서 드립을 쳤었고 당시에도 정산을 하면서 진짜 누마즈로 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도쿄 내에서도 노선 운영 회사가 달라서 환승을 할 때 역사를 넘어가야 한다거나 하는 케이스가 있는 걸 생각해보면 일본 내에서는 조금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어쨌든, 도쿄를 떠났구나, 라는 느낌이 듭니다.
역을 나오자마자 기시감이 너무나도 드는 모양이었습니다. 북편으로 나왔다면 여기가 어딜까 했을텐데, 남편쪽으로 나오니 선샤인에서도, 환일에서도 자주 봤던 모양새의 장소. 성지 순례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하고 나중에 로케이션이 된 곳을 직접 가보게 되면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오르면서 감성에 젖게 되는 노스텔지어가 꽤나 강력한 힘이 되어서 성지를 다니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애니메이션에서 본 장면이 거짓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거나 하는 여러모로 실재성이랄지 하는 것 때문에 작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생각.
누마즈 시의 여러 곳의 풍경을 담아 애니메이션 로케이션 말고도 다른 곳들을 다녀보라는 취지의 책인 Find Our 누마즈. 첫 여행이라 수많은 로케이션이나 스탬프에 압도되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다가 이런 책이 있단 걸 알게 되어서 여행 계획을 짤 때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은 사진집입니다. 사진 로케이션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누마즈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한 번쯤은 이 책을 베이스로 해서 누마즈 여행을 다녀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누마즈의 일반적인 여행 루트인 나카미세 시장 ~ 뷰오 수문, 우치우라의 일반적인 여행 루트인 (아와시마 ~) 우치우라미토 ~ 나가이사키 학교를 벗어나는 곳이 조금 있어서, 애니메이션이나 스탬프의 여행을 겸할 생각이라면 컴플리트는 조금 어려울지도. 조금 정리를 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세 곳의 다리
좋은 아침의 시작입니다. 오하요소로? 라이브 때보다 훨씬 가볍게 짐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우산이라는 짜증나는 짐이 하나 상시로 장착되어 있게 되기 때문에, 언제나 날씨가 맑은 건 반가운 일입니다.
그나저나 아침을 먹을 만한 음식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원래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잘 없긴 하지만, 주변에 카츠야가 딱 한 곳. 근데 여기까지 와서 마츠야카츠야요시노야를 가는 건 조금 아쉬워서, 구글 맵으로 검색해서 적절해보이는 곳을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 떠오른 건데, 나카미세 시장이라면 8시 즈음 아침에 여는 음식점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요?
오니기리와 장국을 먹고 나서 커피를 조금 기다리고 있었는데, 단무지도 맛있으니 먹어보라는 할머니의 권유에 안 먹어볼 수 없었습니다. 직접 하신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아무래도 조금 자랑이 아니셨을지. 그래도 당시에도 짜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 괜찮은 맛의 절임이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수제 단무지를 언제 또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일반적으로 먹게 되는 건 공산품?의 단무지 뿐이니까.
외국인의 응대는 조금 어려워하시는 느낌이었지만 (그리고 제 쪽에서도 일본어로의 대응이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친절이 묻어 나와서 그런지 너무 좋았던 기억. 언어가 되지 않는 사람의 여행입니다. 그런데 누마즈 정도면 외국인도 어느 정도 가끔 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쪽의 메뉴판같은 건 여행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느낌입니다 (당연하지만 이런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없는 게 좋다는 생각이 더 강하기도). 아무래도 여기까지 올 외국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일본어는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언어도 안 되는데 혼자 여행하는 이상한 사람이 없어서 일까요?
아무튼, 좋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을 먹었으니 어느 정도 채비를 갖추고 Find Our 누마즈쪽의 여행을 일찍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10시나 11시 정도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여니, 나카미세 시장도 그 즈음 해서 돌아볼 생각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줄 알았지만, 통칭캉을 갔다 오면서 누마즈의 거리감이라는 게 도쿄의 그것과 꽤나 다르다는 걸 조금 느꼈고 미소노 교까지 오면서 느낌이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이 도시, 꽤나 작습니다. 평소에 성지순례를 하면 세이세키사쿠라가오카나 도쿄 전체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정도의 느낌으로 하다 보니, 숙소에서 출발해서 기본적으로 30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했습니다만 빠른 걸음이면 8분 정도로 도착할 수 있는 느낌.
뭐랄까 사쿠라가오카에서 일루미 다리를 온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규모는 그 쪽보다 훨씬 작지만… 로컬!이라는 분위기가 물씬했던 장소. 이 때 책으로 처음 찍어보고 나서, 태블릿으로 가져올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 포스트 카드로 찍는 사람도 있었어서, 그 쪽이 더 좋은 느낌. 태블릿으로 찍으면 빛이 강한 날에는 화면이 너무 어둡게 나오고 얼굴이 반사되어 사실상 반쯤 거울 셀카같은 느낌이 되어버려서 깔끔하고 들고다니는 게 간편하긴 하지만 베스트라고는 할 순 없습니다. 책은 그 반대로 반사될 일은 없지만 사진이 깔끔하게 나오지는 못한다는 느낌. 다음에 뭔가를 할 때에는 넷프린트 같은 걸 써서 포스트 카드를 들고 찍는 방법이 좋을 것 같네요.
지금 검색해보니 Park up Numazu라는 이벤트, 작년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었던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피크닉 공간이라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걸 알았다면 한적한 분위기에 맞춰 차를 사 가서 사진이라도 좀 찍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검색이라도 해볼 걸. 아마 지금 제가 사는 집 옆 강가에 저런 이벤트가 열린다면… 술병이 나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뭐 언젠가의 이 곳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있지만요.
중앙 공원을 지나도 아직 9시 반 정도밖에 안 되어서, 주변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성지순례를 하면서 거의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고 하루종일 걷는 게 일상이었고 이번 여행에서도 반쯤 그렇게 했지만, 만약에 다음에 누마즈에 간다면 조금 여유 있게 10시 정도에 일정을 시작하는 쪽도 괜찮다는 생각. 기본적으로 큰 이동이 있는 날에는 하루 7-8시간 정도면 충분히 끝낼 수 있고, 그런 게 아니라면 여유롭게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돌아다녀도 느즈막한 분위기를 챙길 수 있다는 느낌이네요.
사진을 찍는 사이 어느새 조금 짙었던 하늘이 개고, 적당한 하늘과 햇빛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매우 좋은 날씨가. 도쿄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맑은 물이 거울이 되어서 하늘을 비추고 있어 사진 찍기 너무 좋은 날씨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노 강 둔치를 걸으면서 따스함을 즐기다가 어쩐지 방금 사진 찍었던 나선 계단으로 돌아왔습니다. 방금까지 특별했던 공간이 갑자기 일상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랄지. 계단을 타고 다시 중앙 공원을 지나 나카미세 시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아서
시장에 도착하니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눈 앞의 찻집도 10시가 되어서 스리슬슬 문을 열고 있었기에, 일반적인 매장들의 오픈 시간은 11시 즈음이지 않았을까요. 이후의 날에도 이 시장에 들르는 건 9시 경이었거나 완전 오후인 6시 이후 즈음이었기 때문에 활발한 모습은 잘 못 봤습니다만. 사람이 없는 쪽의 시장도 조금은 둘러보고 싶었기에 나카미세 시장을 거쳐서 원래 나중에 갈 계획이었던 카난 맨홀을 찍으러 이동.
당일 새벽에 비가 내려서, 색이 입혀지지 않은 맨홀은 비에 젖어 왠지 한 쪽에 흑염룡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의 맨홀이 되어 있었습니다. 리코쨩빔~ 같은 생각을.
길을 걷다가 앞서 카난 맨홀을 찍고 돌아오는 한 물붕이가 있어서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곳에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혼자 다니는 여행에 조금 활기가 들어서는 느낌. 물론 언어가 안 돼서 말 같은 건 걸어보지 못했지만… 성지순례를 여러 명이서 다녀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원체 일정을 빡세게 잡는 편이라 혼자 다니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혼자 다녀봤지만, 가끔은 같이 하는 여행도 괜찮을 텐데, 라는 생각을 좀 합니다.
카난 맨홀 자체가 누마즈 역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고, 가는 길도 돌아가는 길도 선샤인 관련으로 크게 관련이 없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이 사이를 걷는 건 조금은 심심할 지도. 성지 순례를 하다 보면 어딘가를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버스라거나 하는 게 없는 순수 주택가인 케이스가 많아서, 일본의 건축물은 어떻게 생겼는 지 구경하는 겸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이런 것도 한 두번 하고 나면 별 생각 안 들지만… 이외로 주택가 속에 있는 좋은 음식점이나 찻집 같은 걸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누마즈 역까지 다시 오고 나니 11시가 되었습니다. 지금 즈음이면 다들 문을 열었겠다 싶어, 점심도 먹어야 하긴 해서 나카미세 시장으로 진짜로 건너갑니다.
나카미세 시장으로
누맛차에서도, 나중에 찻잎을 따로 사서 차를 마셔본 감상으로는 누마즈의 녹차 자체가 좀 진한 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진한 녹차를 좋아하는 쪽이라 만족을. 호지차는 역시 찻잎을 직접 끓여 마시고 있는 쪽이라 그런지 맛이 약했던 기억. 어쨌든지 지금은 귤이든 누맛차든 박스로 하나 보내볼 걸 하는 약간의 후회가 있네요.
스탬프북도 오리지날 버전과 100주년 버전이 또 따로 나뉘어 있어서, 100주년 기념 스탬프북을 샀습니다. 다음에 갈 때에는 오리지날 버전을 사게 될 것 같네요. 스탬프북 자체가 한 권으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스탬프를 조금 찍고 시장으로 넘어갔지만 언어의 한계 때문에 이게 무슨 메뉴일까… 하면서 둘러보다가 다른 매장을 둘러보기를 반복, 야바 커피에 도착했습니다. 문 앞에 런치 벤또를 판다는 판넬이 있어 구성을 보고 꽤나 괜찮다고 생각해서 입장. 여기의 나폴리탄이 유명하다고 했습니다만 왠지 유명하다고 하니 반골 기질이 나타나서…
햄버그는 육즙이 잘 흐르고 있어서 밥과 먹기 좋았고, 나폴리탄이 왜 유명한 지 알 것 같은 정도로 뻑뻑하지 않고 맛이 괜찮았습니다. 다음에 갈 때에는 나폴리탄 온리로 한 번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반대로 이야기하면 나폴리탄만 먹어봤다면 이 곳의 다른 메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될 뻔했던 거기도 하겠지요.
스탬프를 찍으면서 느낀 건데, 스탬프가 외부에 있다면 외관을 조금 구경하고 갈 수 있어서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만… 스탬프가 내부에 있어서 안으로 가야한다거나, 내부 전시가 매우 잘 되어 있는데 사진만 찍고 간다거나 해야 할 때 굉장한 부담을 느낍니다. 그래서 찍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 있어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상태.
나카미세 시장을 지나, 맨홀을 찍으면서 뷰오 수문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란다관은 가봐야겠다고 누마즈에 오기 전에 생각했었는데, 이미 점심으로 양식을 먹은 상태에서 또 간식?으로 야키소바를 먹기에는 조금 느끼할 것 같아 다음 여행으로 넘기기로.
걷기
스탬프 찍는 데에 여러모로 정신력…을 다 써버리기도 했고, 생각보다 스탬프 북이 양이 별로 많지가 않아서 다음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무사시야를 거친 뒤 요우 맨홀로 이동합니다.
정말로 딱히 볼 게 없어서, 만약에 맨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싶은 사람이라면 바로 뷰오 수문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지만요. 문제는 여기 버스도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배차 간격이고, 걸어가는 것도 짧으면 30분 길면 40분이라서 시간 자체는 비슷하게 소모된다는 게 조금 웃긴 포인트. 물론 편한 건 버스가 훨씬 더 편하지만…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면 은근히 곳곳에 숨어 있는 선샤인이나 이상한 게 걸려있는 집을 보면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뷰오 수문으로
뷰오 수문에서 볼 만한 곳은 이 정도일까요. 사실 이 정도밖에 없습니다. 건물의 왼쪽에는 누마즈의 전경을 주로, 오른쪽에는 후지산이 보이는 쪽의 전망을 주로 하는 느낌. 내부에는 트릭 아트와 직원 분들이 실제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가 있었습니다.
도쿄에서 봤던 전망에는 고층 빌딩을 지나 볼 수 있는 지평선이 마음이 뚫린다는 느낌을 줬다면, 여기서의 전망은 먼지 하나 없는 말끔한 대기가 맑은 바다와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는 건물들의 조합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서 좋았다는 느낌. 이 곳으로 오는 사람들도 한 두 명 정도였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었을 수도?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오늘의 큰 건이 하나 끝났으니, 조금 앉아서 다음 행선지를 생각할 시간. 당장 가까운 건 센본하마 공원입니다만, 카노 강 쪽의 산책길에도 스팟이 하나 있어서 어디를 먼저 가야 할까… 아무래도 센본하마 공원은 시간이 조금 늦어도 남은 일정에 또 올 수 있지만, 산책길 쪽은 거리가 조금 있어 지금이 아니면 다음 여행 때에나 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쪽을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돌고 기다리고 돌아서
수문에서 대강 맥스밸류까지 20분. 실질적으로는 30분 정도 걸었습니다만. 역시 하루 종일 걸은 덕분인지, 아니면 부츠 덕분인지 슬슬 힘들다는 느낌이 옵니다. 중간에 뭔가 음식점이 있는 것 같아 먹고 가려고 했지만, 장어 집이었던 기억이 있어… 언젠가는 일본에서 장어덮밥을 먹어 보고는 싶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가격이 가장 큰 부담. (근데 지금 검색해보니 평이 엄청 좋네요. 다음 여행에는 가볼지도.)
아무래도 여기서 센본하마 공원까지 다시 걸어가기에는 체력적으로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맥스밸류에서 조금 채비를 재정비를 하면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여담이지만, 주차장 쪽에 있는 자전거를 보고 나서야 이번 여행 때에는 최대한 걷지 말고 자전거를 타자고 계획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바보임… 누마즈 쪽에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표시 안 되어 있는 걸 보면, 타지 않았던 쪽이 그래도 다행이었을까요? 뭐 일단 누마즈에서 그런 대여 서비스가 있는 지 조사하진 않았기도 했지만.
Find Our 沼津
사진을 찍다 보니 구름이 계속 몰려와서, 잠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앞을 보다가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책 표지 사진 찍을 때 굉장히 힘들었던 게, 바람이 너무 강해서… 찍다가 삼각대가 쓰러지지 않나, 책 표지가 날라가서 또 바다에서 물건 잃어버리는 일이 생길 뻔 했다거나… 이후에도 바다 쪽은 많이 갔습니다만, 이 날만큼 바람이 센 적은 없었습니다.
선샤인 쪽의 당일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선샤인 버스를 마주하니 묘한 기분. 특히 Find Our 누마즈 쪽의 여행은 애니메이션이나 콜라보레이션이랑은 크게 관련이 없는 쪽의 스팟이 조금 있어서, 한동안 아쿠아 멤버들의 모습을 못 보다가 이런 걸 보게 되면 엄청나게 반갑습니다.
1일차의 마지막
버스를 쭉 타고 누마즈에 도착, 숙소에서 잠시 쉬고 라이브 끝나고 바로 누마즈로 달려온 프로듀서분들과 같이 하지 못한 우치아게를 하러 이동합니다.
칵테일 바를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매장 자체가 넓고 조용한 분위기였어서 다시 누마즈에 오게 되면 우치아게가 아니어도 다시 한 번 들러보고 싶은 느낌의 가게였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당구도 있었는데, 다음에 가면 그쪽도 즐겨볼지도.
우치아게가 끝나고 마네키네코를 가려다가, 왠지 가라오케 삘이 아니다 싶어서 당일 마지막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애니메이션 1기 8화의 시점은 밤이어서 다시 한 번 공원으로. 아침과는 다른 밤의 쌀쌀함과 처음 보는 오나리 교의 일루미네이션과 함께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생각하고 있으니 괜시리 눈물이 납니다. 네소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도 잠시.
숙소로 돌아가서 다음 날을 위해 쉬기로 했습니다.
정말 필요 없는 여담
이 때부터 누마즈 4일간 오뎅을 찾는 이상한 목적이 생겨버렸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뷰오 수문쪽에 어시장에 가서 오뎅같은 게 있나 찾아보는 건데…
2일차 : 우치우라미토
작성일 03. 11. ~ 03. 13.
아침!
평소에는 7시 반에 일어나면 피곤 그 자체인데 여행만 오면 6시 7시 이렇게 일어나게 됩니다. 도파민 때문인지.
전 날 하루종일 걸어다닌 결과 누마즈는 내 생각보다 많이 작은 도시라는 걸 깨달아서 우치우라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딱히 할 게 없기도 하고, 우치우라 쪽은 한 번 버스를 놓치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기에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정말로 1시간 뒤에 오네요. 버스.
… 아침이라 정말 주변에 할 게 딱히 없어서, 배가 고파진 김에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미토 역에 내려서
버스의 이곳저곳을 찍다가 조금 졸려 멍하니 있다 보니 벌써 아와시마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린파크 폐업 공지 전부터 아와시마는 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일정에서는 원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다음에는 가볼지도. 생각보다 진짜로 가깝고 작은 섬이라서 잠깐 둘러보면 좋을 느낌입니다. 폐업 소식이 떴을 때에는 이야기의 끝, 그 뒤를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조금 달랬었는데, 정작 이렇게 보고 나니 이 곳에 늦게 오게 된 게 많이 아쉬운 느낌. 따지고 보면 환일 때의 입문자기 때문에, 몇 년 전에 선샤인을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 지 조금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들어왔기 때문에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미토 역에 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미토 역부터 시작해서 나가하마를 거쳐 나가이사키로 가는 게 보통이겠고 저도 그런 루트로 갈 거지만, 저는 조금 역주행을.
츠치소 상점에서 오늘 안 하는 걸까~ 하며 의자에 잠시 앉아 재정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우치우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을 위해서 준비한 중대한 이벤트가 하나 있어서, 그 쪽을 위해.
여담이지만, 이 즈음부터 '책을 들고 사진을 겹치게 찍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이상한 건지를 조금 깨달았습니다. 단면인 경우에는 책을 거의 반쯤 찌그러트릴 정도로 굽혀야 하고, 양면인 경우에는 제대로 책을 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손가락을 최대한 펴도 누군가 찍어주는 게 아니라면 역시 힘들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여행, 이렇게 끝은 봐야죠.
이 반대편에는 어쩐지 인기척이 딱히 느껴지지 않는 횟집?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보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잠깐 문을 열었다가 닫으셔서 조금 검색해봤더니 여기가 토사와야였습니다. 아직 오픈 시간도 아니어서 좀 더 사진을 찍고 다시 이 곳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아지후라이가 맛있다는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신사를 지나 절로… 성지순례를 하다 보면 정말 이상할 정도로 많이 가게 되는 곳이 있는데, 하나는 공원이고 (액트 1때만 공원을 4개 정도 갔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신사/절입니다 (액트 1때만 신사를 3번 돌았던 거 같으니까요). 조금씩 어디가 다른 지 찾아보는 것도 좋은 재미일지도.
君のこころは…
돌아가서, 오늘의 가장 큰 건 중 두 곳 중 하나인 미토 해수욕장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조금 많이 기대했던 미토 해수욕장을 처음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작네요. 여기.
이런 크기의 해수욕장을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조금 당황.
아침이라서인지 해변에 있는 건 저와 파도 소리뿐. 완전히 맑은 하늘, 우치우라와 아와시마 사이에 있는 후지산의 모습이 굉장히 애니메이션스러워서 여러가지 감상이 들게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었으니까요.
슬슬 배가 고파지던 참이라, 11시가 되었기도 하고 점심을 먹고 촬영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한산했어서 토사와야로 다시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엄청나게 조용했어서 들어가도 되는 건지…? 싶어서, 열릴 것 같은 오른쪽 문을 엄청나게 조심히 열었습니다.
… 우치우라는 화요일에 전부 휴무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오늘 해변에 사람이 없는 이유도 그것 때문인건가? 일단은 해변을 잠시 돌면서 봤던 괜찮아 보이는 횟집같은 곳이 있었어서, 그 쪽을 마지막 희망으로 하고 다시 해변 쪽으로.
먹는 거에는 연이 없는 걸까요.
일단 점심은 나중으로 넘기고…
방금 왔을 때보다 바람이 확실히 멎어서 점심을 먹고 나면 바람이 그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재빨리 아침에 매고 나온 깃발을 꺼냈습니다.
이번 여행, 대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바로 여기로 온 거니까요. 어찌 보면 졸업 여행이니까… 러브라이브는 졸업까지의 순간의 빛을 노래하는 곳이니까,
…輝いてるかい?
졸업 깃발을.
이 날을 위해서 구상부터 여기까지, 한 달여 간을 기다렸습니다.
스스로 졸업보다는 우승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우승이라 적었지만, 뭘 우승한 걸까요?
잘 모르겠지만. 4년 전의 저와는 일단 많이 달라졌을지도.
점심을 먹읍시다… 라고는 해도, 주변에 먹을 만 한 곳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생각해둔 모든 곳이 휴업을 해버려서, 일단 문을 연 거 같아 보이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봤습니다.
뭔가의 횟집같아서 들어가본 곳은 치도리 관광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만… 2층을 운영하는 지 물어보니 여기도 운영을 안 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화요일은 우치우라 전체적으로 휴업일인 것 같은 느낌. 실례인 걸 알지만서도 다른 곳이 없는 지 물어보았습니다만…
오른쪽에 횟집이 있다 (하마노야) → 안 하고 있어서…
왼쪽에도 횟집이 있어서 (토사와야) → 안 하고 있어서…
…
좀 멀긴 해도 이케스야가 있다 → (아 진짜로 머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고 사진을 조금 찍다가 나왔습니다. 기억으로는 선샤인 굿즈와 건어물같은 걸 팔았던 거로 기억하는 데, 건어물은 조금 사둘 걸 싶었습니다. 해외로는 못 가져가도 먹으면 되니…
이케스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방금까지 문을 안 열고 있었던 토사와야에 인기척이 꽤나 있습니다. 심지어 들어가는 사람도 조금 있어서, 혹시나 문을 연 건가 싶어 저도 따라 들어갔습니다.
타천 카레가 맵다고 주인장분께서 이야기하셔서 그정둔가… 하면서 소스같은 걸 전부 뿌려서 먹어봤습니다만, 한국인의 입이라 그런지 그렇게까지는. 삼양라면보다 덜 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돼지고기와 꼴뚜기?같은 게 들어있었던 꽤나 정석적인 카레였습니다. 그리고 한 입 정도의 초코 디저트도 같이.
추천받은 아지후라이. 추천받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생선 튀긴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튀김이 굉장히 바삭하고 일반적으로 생선튀김에서 느껴지는 느끼한 기운이 딱히 없이 깔끔했어서 좋았습니다.
나가하마로
점심도 먹었고 이제 이 쪽에서는 할 일이 대강 끝나서 (전부 다 휴업이라), 나가이사키로의 거리를 좀 더 좁히러 나가하마로 이동합니다.
잔잔한 바닷결이 흐르고 있는 나가하마 버스 정류장의 반대편에는, 엄청난 아쿠아의 모습이 넘쳐나는 산노우라 종합 안내소가 있습니다.
안내소 안의 제단이 끝도 없어 한 바퀴 돌며 사진 찍는 데에만 5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이 정도 찍었으면 그냥 가는 건 조금 그럴 것 같아서, 어째선지 팔고 있었던 환일 노보리와 목을 축일 겸 누맛차를 사고 출발했습니다.
귤
우라노호시
오른쪽으로 바로 꺾으면 있는 벤텐지마 신사는 돌아오면서 가면 되겠다~ 하고 바로 직진을 해버렸는데, 가는 걸 잊었습니다. 나가이사키까지의 등교길을 갔다 오면 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어서.
높습니다. 날이 좋아서 다행이었지 여름에 갔으면 몇 번 쉬지 않았을까요. 새삼 여길 진짜로 매일 다니는 나가이사키 학생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초등학교는 거의 이런 정도의 학교를 매일 다녔던 지라, 옛날 생각을 잠깐 하면서 산을 올랐습니다.
학교는 3층짜리 건물이 하나, 바로 왼쪽에 1층짜리 별관같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후자가 3화 시점에서 공연했던 강당이었을지도? 당연하지만 내부에는 들어가면 안 되니까 확인해보긴 힘들지만요.
학교 앞에서 사진을 좀 찍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는 트럭이 조금 위험해보이기도 했고, 일단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적인 학교인 곳이기 때문에 오래 있기에는 당연히 매너가 아닐 거기 때문에… 그래도 역시 좋네요. 옛 생각이 겹쳐져서 왠지 졸업식의 느낌이… 이곳을 방금 졸업한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나도 이제 우라노호시 졸업생!이라는 이상한 뿌듯함을 가지고 나가이사키를 뒤로 합니다.
갑자기 애니메이션 해석이지만 평소에 스쿨 아이돌에 마음이 강하게 있었던 루비였으니까 그 신사까지 오를 수 있었고, 하나마루는 일찍이 마음을 접었던 아이였으니까 중간에 그만 두는 연출과 스토리를 썼다는 생각이… 결국 루비가 하나마루를 붙잡아줬지만요. 어쨌든 이 둘이 같이 이 길을 뛰며 체력을 기르는 모습에 조금 눈물을.
어쩐지 점점 하나마루 오시쪽의 마음이 이번 기간 중에 계속 커져 가서 그런지, 저도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근데 역시 사람이 사람이라 그런지 20년대의 청춘보다는 20년 전의 청춘이라는 느낌이… 안경이라도 가져와서 찍었어야 했나?
아무튼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촬영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생각 외로 막차는 커녕 그냥 오늘 하루를 정리하면서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걸어가도 될 정도로 여유있었기 때문에, 조금 매무새를 다듬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하교
초등학생 아이들의 하교 시간인 것 같아, 인솔자분이 아이들과 같이 내려오셨습니다. 엄청나게 활발한 아이들 사이에 등에 캐릭터 스태프랑 깃발을 들고 인형을 꺼냈다 넣었다 만지작 거리는 어른 한 명이었습니다. 버스가 언제 오려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가하마 쪽에서 오는 버스를 보고 나서야 다시 한 번 좌측통행을 깨닫습니다. 아이들을 보냈던 인솔자 선생님이 일본어로 저한테 말을 건네셔서 외국인이라서 일본어를 잘 모른다고 답변을.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죄송하다고 하신 거라, 괜찮다고 했습니다.
누마즈로 가는 길은 반대편에 있다고 하셔서 바로 이동… 그래도 같이 하교하는 건 아니겠다 싶어 조금 안심했지만, 버스 시간이 다가오자 뛰쳐나오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나오는 중학생 아이들이. 당황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파랑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이제 목적이 끝난 깃발과 필름 카메라, 사실 별 이유 없이 간지용으로 들고 다닌 스태프를 호텔에 두고 나서 간단히 씻고 누마즈 쪽의 스탬프를 찍으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누마즈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일단은 전 날 스킵했던 플라자 베르데 쪽을.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직원분들이 리코 맨홀을 나르시고 계셨어서, 나카미세의 맨홀은 항상 교체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시절을 잘 알지 못하는 진짜로 뉴비인 사람한테는 흠~ 그렇구나. 라는 박물관 느낌이 조금. 구경을 끝내고 선샤인 공식 샵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슬슬 일몰도 지났을 6시인지라, 전 날처럼 또 저녁을 먹으러 헤메지 않기 위해 빠르게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번역기로 써서 열심히 소통…? 주문을 했습니다. 어쩐지 이 곳, 여행객은 일반적으로 잘 오지 않는 쪽이고 직장인이 와서 한 잔 한다거나 회식용으로 쓰는 이자카야라는 느낌이었어서, 제 쪽에서도 직원분 쪽에서도 서로서로 열심히 어떻게든 대화를. 나중에는 한국어를 따로 준비해오셔서 물이 필요한 지 물어보셔서 여러모로 서비스가 많이 좋다~ 싶었습니다. 회가 굉장히 신선했던 기억. 초장파긴 하지만, 회가 맛있어서 그랬는지 같이 나온 간장에는 잘 찍어먹고 싶지 않아 거의 날로 먹거나 소금에 찍어먹었습니다. 어떤 생선인지는 사실 일본에서 북어 동태 황태 명태가 뭐가 다른 건지 모르는 느낌 정도로 뭐가 뭔지 몰랐습니다만, イサキ라는 생선을 소금에 찍어먹어보라고 하셔서 찍어 먹어보았는데, 꽤나 괜찮았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 옆에 있는 えぼ…?라는 회는 전 날 뷰오 수문 쪽으로 갔을 때 어시장에서의 바다 내음이 입 안에 느껴졌던 회였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먹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서비스의 이야기지만, 직원 분이 안내를 하시면서 전부 누마즈 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기분이 좋았던 느낌.
이후 숙소에 돌아가 잠깐 통화를 하고 드르렁…
3일차 : 누마즈 > 우치우라 > 시게
작성일 03.13. ~ 03. 14.
오늘은 가보지 못한 곳들을 가는 날, 그리고 료칸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원래는 야스댜야 료칸같은 곳을 가보려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2인 이상만 하는 것 같고 (아닐수도 있지만) 가격도 좀 있어서 포기할까 했다가 온천을 쓰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어 타협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어제 일정을 정리하면서 어디를 가장 먼저 가야 할지 좀 생각해봤는데, 일단은 계획한 대로 세리자와 코지로 박물관을 가장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일본 편의점 음식은 꽤나 만족하면서 먹은 게 대다수였는데, 어느샌가부터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자제하자고 마음먹긴 했지만 전에는 굳이 찾아먹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굳이 찾아먹지는 않는 쪽이 된 느낌이네요. 너무 많이 먹은 탓일지도… 아니면 그냥 저게 맛이 그리 있지 않았던 걸지도.
시간이 되어서 헛짓거리는 그만 하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뭔가 오픈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오픈 시간이 지나서도 우물쭈물 대고 있었는데, 촬영같은 걸 온 두 분이 저한테 오픈한건지 물어보셔서 저도 모르겠다는 대답을. 그 두 분이 바로 들어가시고 나서야 저도 입장해도 된단 걸 알았습니다. 입장료는 100엔, 작은 박물관이었습니다.
세리자와 코지로 박물관을 나오고 다음 행선지로 어딜 갈까… 하며 잠시 앉아서 고민. 어쨌든지 오늘 가장 멀리 가야 하는 일정은 라라라 선비치 쪽인데 거기까지 캐리어를 들고 갈 수는 없고, 가장 중요한 건은 료칸에 정상적으로 도착해야 하는 건데 료칸은 3시가 되어서야 체크인을 할 수 있어서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가만히 서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싶었습니다만 어제와 그제 버스를 좀 기다려본 결과 어쨌든간 계속 걸어야 하는 타입의 인간이라는 걸 알고 근처에 있는 찻집인 리바쥬로 이동했습니다.
만족스럽게 디저트 타임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10시 반. 버스를 기다리고 싶지만… 여기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20-30분, 버스도 30분정도 뒤에야 오기 때문에 그냥 고요테이 기념 공원을 지나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이 공원까지 다시 오기에도 은근히 일정이 잘 안 날 것 같기도 했습니다.
료칸으로 들어가 잠시 짐을 맡길 수 있는 지 물어보았고, 가능하다고 하셔서 짐을 넘기고 나왔습니다. 응대를 너무 잘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직원분과 저뿐이어서 조금 백룸같은 묘한 느낌이…
엄청나게 걷기
쓸데없이 큰 짐이 손에서 사라졌으니 조금 많이 편해졌습니다. 라라라 선비치까지 바로 갈까 싶었습니다만, 나가하마 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려면 또 30분을 그냥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나가사와 수산 쪽의 스탬프까지 20분정도 걸린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까지 걸어간 뒤에 버스를 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걷기 시작했습니다.
엄청 걷고 스탬프도 못 찍었는데 확인해보니 버스 시간도 지나버렸습니다. 또 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여기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30분을 기다릴 만한 뭔가도 없는 데다가, 조금만 더… 걸으면 마스요네와 그랜마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거기서 점심과 디저트를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아와시마쪽으로 틀어야 하는데 그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다행히도 주변에 편의점이 있어서, 조금 정비를 하고 누맛차를 사들고 다시 갈어가기로 했습니다. 여기 왠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가는 버스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 사진을 찍을 사람은 잘 없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많이 위험합니다. 기본적으로 인도가 절반은 없고, 트럭이 자주 다니고 있는 데다가 사람이 안 다니는 길이라 속도도 빨라 사고 위험이 좀 있습니다. 위에서 여기로 내려오는 것보다는 아와시마에서 내려서 여기로 올라오는 게 더 나은 거 같아요.
자전거
라라라 선비치까지는 조금 먼 길이라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합니다. 버스도 탈 순 있습니다만 왕복으로 두 번이나 몇십분씩 기다려야 할 게 조금 눈 앞에 서렸어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보고 싶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60도 되는 거 같은 경사를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기에는 목숨이 하나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트럭도 가끔 다니는 길이라 치일 거 같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마지막 하늘
정말로 돌아가는 길이 힘듭니다.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올 때도 느낀 거지만 '자전거 도로랑 차도가 같이 있다'는 것부터 압박감이 심한데 '근데 그 차가 전부 5톤트럭임' 이라는 게 진짜 운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영원히 누마즈에 묻히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계속해서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한 결과
아야.
산노우라 안내소까지 거의 다 와서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김에 조금 앉아서 쉬고 있으니 길 가던 할머니 한 분께서 괜찮은 지 물어보셨습니다. 괜찮다고 했습니다.
따뜻한 곳… 다리에 뭔가 흐르는 느낌입니다. 따뜻한 다리…
오늘도 주변에 전부 휴무입니다. 야스다야 료칸도 개인 사정으로 하루 쉰다고 써있었습니다.
조금 허탈감이…
조금 일찍 가야 료칸 온천을 쓸 수 있기도 하고, 슬슬 버스 시간이 되어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버스가 왔습니다.
Aqours
대강 9년만의 료칸입니다. 료칸은 서비스부터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혼자 여행할 때에는 호스텔이나 비즈호만 써서 그런가? 아무튼 다릅니다. 좋습니다. 돈값입니다. 온천은 작지만 사람이 없어서 사실상 개인실로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탕에 오래 있는 파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지막 밤
4일차 : 누마즈 > 인천
작성일 03. 14.
시간은 흘러서
평소에는 조식 포함 플랜을 잘 안 씁니다만 이번에는 조식 포함으로 한 게 다행이었습니다. 드디어 빵이 아니라 조식다운 쌀밥을 먹었다는 기쁨. 저 작은 생선을 튀긴 뭔가가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 맛있었습니다. 이름이 뭐였을까요.
체크아웃 후 누마즈로 이동했습니다. 코인 락커에 짐을 두고 누마즈를 떠나기 전에 간단하게 선물을 사러 다니려고 합니다. 원래는 전망대에 가볼까 했었는데, 생각보다 왕복 거리가 길어서 이번에는 포기했습니다.
떠날 준비를
누마즈 역으로 다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끝내고
시즈오카 공항으로 한 번에 가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즈오카 역에서 잠시 내려 공항 버스를 탑니다.
날아오를 때
후기
길었다!!!
쓰기 전엔 몰랐습니다. 5만자 가량이나 쓸 수 있군요 이 사람. 이 여행기를 쓰려고 노트를 판 겁니다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계속 쓸 것 같습니다. 이 전의 여행기던지, 아니면 나중의 여행기던지.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러브라이브 성지로서의 누마즈도 좋았지만, 그냥 순수하게 환경이 너무 좋았던 곳이라 교통만 잘 하면 슬로우한 여행지로 좋다는 느낌이었어요. 다음에 또 간다고 하면 한 번은 더 갈 곳 같습니다. 다음엔 치카네 료칸으로 숙박을 잡아봐야겠습니다.
글 쪽의 후기… 이 사람은 느낌이라는 말을 5만자 중에서 120번 정도 썼고 기억이라는 말을 30번, 반점을 380번 썼습니다.
🫠
일단 다 썼으니 후련하지만 말이죠. 다음에는 좀 더 조리 있게 잘 쓰는 여행기가 되어보겠습니다. 00년대 감성 좀 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