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16 스토리 감상 - 너무나도 초라하고 적막한 판타지
파판 16을 끝냈습니다. 메인으로 할 이야기는 스토리, 그리고 이 스토리와 연동된 서브미션 때문에 기타 사항에 있어서는 짧게만 쓰는 것으로.
1-1. 액션. 무난합니다. 프리시전 도지가 워낙 사기 성능이라 그냥 쿵짝쿵짝 박자 맞추는 능력 있으면 사실 정말 쉽습니다. 오히려 어어 하다가 피 좀 닳는 건 뚱땡이류의 슈퍼아머 적들. 이 쪽은 프리시전 도지 하고 나서 패려다가 연속기 처맞고 휙휙 피 까일 때가 좀 있습니다.
여튼 뭐 훌륭한 건 아니지만 그냥저냥 괜찮습니다. 다만 중간중간 쓸데없는 인카운터는 좀 없앴으면 싶음. 적들 인식 범위도 넓은 편이라 은근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1-2. UX. 나머지는 전체적으로는 좋게 봅니다. 다만 아이템만큼은 좀. 물론 이 게임 아이템 숫자가 극단적으로 적은 편이라 그렇다고는 치지만 3개 퀵 지정 가능한 거 빼고 다른 거 좀 쓸라 치면 스타트-아이템 칸 가서 꾹 눌러줘야 그거 아이템 복용이 가능한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차라리 좀 복잡하더라도 트리거를 어떻게 더 활용하던가 했음 나았을텐데. 아님 쓰지도 않는 토르갈 지시 빼던가.
아 그리고 이 게임 영어 대사를 가장 기본으로 해서 그런지 영어 음성으로 했는데 문젠 시스템이랑 자막이 연동이라 영어 자막을 보고 싶으면 전체 시스템을 영어로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을텐데 자막 선택이랑 시스템 선택을 좀 별개로 해놓지 왜?
1-3. 그래픽. 좋습니다. 인체보다 배경 그래픽이 훨 좋아보이는 좀 기이한 그래픽이긴 한데 어쨌거나 나쁠거야 없죠.
1-4. 미술. 근래 본 모든 AAA게임 중에서 가장 쓰레기입니다. 아니 사실 AAA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무개성 몰개성의 극치입니다. 얘들 복장도 맨날 단벌에 바뀌는 건 칼 디자인 정도고 뭣보다 전체적인 지역 및 npc 디자인이 처참합니다. 지역들은 하나같이 여행책자 앞부분의 하이라이트 사진을 복붙한 수준이고 npc들도 뭔가 애매하게 변주를 준다고 줬지만 결국 아 대충 그 쯤 있는 동네겠네 하는 수준이에요. 특히나 남캐는 둘째치고 여캐 복장들은 왜 그래 좀.
1-5. 성우. 일판으로 시작했다가 영판으로 바꾸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씹덕의 라틴어인 일본어로 하는데 이것만큼은 영판이 낫겠다 싶더라구요. 특히나 시드 목소리는 영어판이 너무 딱 어울렸음.
…다만 언급한 바와 같이 완벽한 영어 마스터가 아닌 한 자막이 필요한데 이게 한글 자막을 하면 일본어 중역이라서 그런지 영어랑 하나도 안 맞고 영어 자막을 쓰면 시스템 전체가 영어가 되는 문제가…
1-6. 음악.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사실 이건 고평가 못하겠네요. 좋았으면 시발 음악 쩐다! 이래야하는데 아무 기억에도 안 남는다는 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정도니까. 굳이 따지면 타이탄전이랑 바하무트전 보스 정도?
1-7.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면 사실 80점은 충분히 줄만한 게임 아닐까? 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후반부 들어가기 전에는 뭐 이 정도면야, 했어요. 하지만 대충 왈루드 들어가는 시점부터 어…하더니 최후반부는 와 정말 이건 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양대 축이 스토리랑 서브미션입니다. 이 둘이 어느 정도는 같은 문제기도 한도 다른 부분들도 있으니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2.. 메인 스토리.
시작은 그럴싸한 왕좌의 게임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1부 끝나고서는 완전히 세상을 구하는 jrpg로 틀었습니다.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전 이 사실에 대해서는 별 불만 없습니다. 파판이니까 그럴 수 있지.
문제는 이 세상을 구하는 jrpg의 서사를 스스로 황폐화시켰다는 데에 있습니다.
스토리를 크게 나누어 보면 클라이브로서 살아가는 1부와 시드로서 살아가는 2부로 볼 수 있습니다. 클라이브로 살아갈 때에는 왈루드랑 리퍼블릭이랑 전투 벌이는 거 꼽사리 끼기도 하고 이 게임의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시드라는 멘토를 만나서 단순히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삶에서 점차 세계의 진실을 알아가고 인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과거에 헤어졌던 토르갈도 만나고 이 세상은 이렇구나 알아가기도 하고.
그런데 정작 이렇게 성장을 하고 나서는 게임이 갑자기 급격하게 쪼그라듭니다.
정작 베어러들을 해방하고 투쟁하는 조직의 장이자 투사가 되고 나서의 클라이브의 행적은 너무나도 개인적입니다. 심지어 적들조차 개인으로서만 다가와요. 차례대로 봐볼까요?
가루다. 첫 적이자 도미넌트지요. 하지만 우선 얘 자체가 도미넌트로서의 위엄 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첫 보스다보니 존나 약합니다. 그리고 얘랑 싸우게 된 것도 클라이브가 뭐 작정하고 얘를 노린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목적지가 겹치고 어쩌다보니 뭔가 있어보이고 어쩌다보니 하여간 싸운겁니다.
즉, 그냥 사건사고에요. 하지만 이건 뭐 게임 초반부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라무. 뭐 얘야 아예 멘토이자 스승이니 패스.
타이탄. 1부 마지막을 장식하죠. 그런데 정작 그것도 달메키아 공화국의 수장으로서 찾아온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원한으로 사병을 끌고 온 거에요.
심지어 2부의 복수전에서도 클라이브와 클라이브가 이끄는 은신처와 커스브레이커들과 달메키아 공화국 사이의 조직적인 전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휴고 카프카가 그냥 스스로의 원한으로 사병들을 이끌고 싸운 거고 클라이브도 조직이 아니라 개인으로서만 싸웁니다. 마더 크리스탈 부수는 건 어디까지나 덤 수준이구요.
세상을 구하기 위한 웅장함, 서로의 의지가 부딪치는 치열함, 거대한 세계관에 존재하는 조직들의 수장으로서의 위엄 같은 게 진짜 쥐뿔도 없습니다. 그냥 나 개인이 저 새끼가 싫으니까 죽이겠다 이거에요. 아니 마지막 판타지 같은 제목 붙일거면 좀 서사가 크고 뽀대나고 이래야되는데 진짜 동네 양아치들 싸움 수준이니 뭐 덩치만 커지면 뭐하나요 비장감이 없는데.
바하무트. 애초에 클라이브는 걍 빈집털이 하러 갔고 그 뒤 수도 바꾸고 나서는 폭주하다 아군화. 즉, 클라이브랑 엄밀한 의미에서는 적도 아니고 완전한 동료도 아닌 걍 별도의 인물입니다.
시바. 처음에는 히로인 같더니 사실 나중가면 조슈아랑 토르갈이 히로인이지 시바는 걍 얼굴마담 수준임. 그리고 철왕국도 처음에는 무슨 들끓는 성전 같은 엄청난 호칭 주더니 걍 전진기지 하나 부수고 나서는 아무 움직임도 없습니다.
오딘. 최악이죠. 가장 막강한 군대를 가진 것처럼 보이던 왈루드는 가보니까 이미 나라가 망했고 얘는 마더콘에 혼자 막 그럴싸한 소리하다가 내 힘 주겠다! 하고 죽고.
즉, 그렇게 강조했던 도미넌트들은 세계의 절대자, 한 국가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 아니라 하나같이 개인으로서만 클라이브를 상대합니다. 그런데 꼭 이래야 했나요? 커스브레이커들과 베어러들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도 있고 국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광대한 조직을 가지고 전쟁을 벌이다가 도미넌트들이랑 싸울 수도 있고 얼마든지 이 '스케일'을 키울 수 있는데 그걸 정말 어떻게든 없애고 각 국가의 주력 군사들은 어딘가 나간 틈에 클라이브는 그냥 빈집털이나 하고…긴장감도 없고 클라이브가 벌이는 싸움에 뭐 대단한 느낌도 없습니다.
정말 진행을 해야하니 진행을 하는 수준이에요.
심지어 클라이브가 마더 크리스탈을 1개도 아니고 2개나 부수기 시작했으면 그 이후로는 클라이브가 천하의 미치광이 테러리스트이자 전세계의 적으로서 인식이 되어야 하는데 세계관의 npc들은 아이고 크리스탈이 무너졌대! 우린 망했어! 도망가자! 이 소리만 하지 클라이브에 대한 두려움, 공포, 이런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리 중세라고 해도 시발 누가 그랬다고 소문이 횡행하고 공포가 있고 클라이브를 비난하는 목소리, 클라이브가 성난 군중들로부터 탈출하는 미션, 이런 것들이 있어야지 클라이브의 행동이 좋건싫건 세상을 바꾸고 있구나. 대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지만 이런 희생이 발생하는구나! 하지만 미래를 위해선 필요한 일이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기부여가 되는데 제작진부터 개복치 멘탈이라 클라이브가 싫은 소리 들으면 안되요 우쭈쭈 이 생각이 전부였는지 클라이브가 뭘 해도 세상이 바뀐다는 느낌을 하나도 안 줘요! 세상이 클라이브의 행동에 대해 신경쓴다는 느낌조차 없어요!
아니 뭐 각 국가가 협조해서 인터폴 만드는 짓거리는 안 한다 쳐도 당연히 시드가 마더 크리스탈을 한두개 작살냈으면 작살난 국가들은 시드 잡으려고 날뛰어야 하고 나머지 국가들도 최정예병력들을 마더 크리스탈에 집중시키고 어떻게든 시드 잡으려고 해야하는데 전세계의 권력자 층에서 시드는 아예 관심사가 아니에요.
이게 말이 돼? 아니 석유가 지구 멸망시킨다고 전세계 유정이랑 석유채굴지들을 싸그리 박살내서 못 쓰게 만들고 그 결과 이 세계의 기반인 크리스탈이 고갈되는데 반대와 증오의 목소리는 커녕 반향조차 없는 게 말이 되냐고.
동료들 또한 그렇습니다. 사실 동료라고 할 건 토르갈이랑 암브로시아 하나인 거 같아. 질도 이탈하는 기간도 길고 스토리 내에서 질이 굳이 있어야 할 필요성도 없습니다. 내가 정말 히로인 고르라면 미드를 골라서 미드 루트 주는 게 나았다.
조슈아도 중요한 인물이지만 얘는 동료가 아니라 보호의 대상, 키 퍼슨이지 딱히 동료로서의 감정은 못 느끼겠습니다.
그래 가브 정도? 얘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얘 역시 전투시의 동료로서 참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마지막 전투 또한 클라이브는 실질 혼자 치루죠. 말로는 뭐 신념이니 믿음이니 하지만 이렇게까지 외로운 주인공이 있나 싶습니다. 애초에 마지막 전투라고 가는게 꼴랑 클라이브, 조슈아, 디온이고 디온은 대놓고 길 뚫고 죽겠다고 광고하다가 실제로 갔고.
하다못해 동료들이 정말로 와 동료! 내가 얘들 위해서 좀 해줘야겠네! 하는 느낌 없습니다. 이 문제는 서브미션과도 연계가 됩니다.
3.. 서브미션.
중반까지는 걍 그런가 했습니다.
후반부…특히 최후반부 직전에 서브미션만 열댓개가 풀리는 데 정말 최악입니다.
마을 관련 스토리들은 하나같이 우리 마을 지키자 오! 이거 무한반복이고 나머지도 죄다 아 누구 좀 잡아주면 좋겠는데고 위치도 하나같이 거지같은데 특히나 헌트보드의 그 헌터 목록이랑 합치면 정말 와 씨 몇 번이나 빙빙 돌게 만들고 진짜 지겹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최후반부 서브미션해서 그 장식장 채우겠다+너 이제 메인 스토리 진행하면 절대로 못 돌아와! 하는 거 합쳐지니 미치겠더라구요. 신경은 쓰이니 진행은 해야하는데 뭐 그 몬스터 좀 잡고 가서 누구한테 말 걸어 가서 누구한테 뭐 전달해줘 가서 이거 찾아줘…
심지어 조슈아가 대놓고 '울티마가 우릴 기다려줄거야!'소리 하는 거 보고 와 지들도 이거 맘에 안들었나보네 싶었다니까요.
아니 그냥 연관된 퀘들은 쭉 진행하게 하던가 도대체 왜 그것들을 밀어넣어서…하 말하다보니 화딱지 난다.
4.. 결국 이 파이널 판타지는 그냥 클라이브라는 녀석이 혼자서 잘 싸우다가 혼자서 죽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다에요.
말은 세상을 바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체감이 안 되요/
말은 도미넌트들은 존나 쎄고 중요하다고 해요. 그런데 그게 체감이 안 되요.
말은 이 세계에는 5개인가 6개의 국가가 있고 막 서로 다투고 싸운다고 해요. 그런데 다 주인공 없는데서만 그러고 주인공 가는 곳은 맨날 허망해요.
동료도 뭐가 없어, 강력하고 조직적인 적도 없어, 내가 이루어낸 위업이건 악명이건 신경쓰는 사람도 없어…뭐하러 이걸 하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심지어 마지막은 세상 전체를 구름으로 덮어 우중중하게 만들고 주로 왔다갔다 하는 왈루드는 아예 사람도 없고 아카식만 한가득이야 하니 정말 화면 보면서 짜증스러웠습니다.
내가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은데 정말 똑같이 우중중하고 미친 놈들이랑 괴물 밖에 없는 블러드본이랑 너무 수준차이가 나요.
명작의 조건은 마지막을 조지는거라지만 이건 마지막도 아니고 꾸준하게 조지던게 마지막에서 폭발한 물건이라 도저히 고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액션게임으로서 기본은 하니까 뭐 똥이라고는 안 하겠는데….
제발 스퀘어야 미드 따라할거면 제대로나 하던가 아님 걍 jrpg로 가던가 좀 방향성 좀 잡자…아니 어떻게 이렇게 빈약하게 만들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를 모르겠어,
この記事が気に入ったらサポートをしてみませんか?